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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출처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nokanto&no=219456 

방학을 맞아 주체하지 못할 만큼 시간이 썩어나는 일유 도피생입니다

이번엔 고속버스를 타고 이와테 여행을 갔다 왔습니다


탄 건 고속버스지만 내린 곳은 모리오카 역 앞이라 사진 함 찍었습니다
역에 있는 스시집에서 모리오카 출신 대학 동기를 만나 이와테의 관광지와 맛집을 소개받았습니다

그 친구가 현외 출신 친구가 이와테에 오는 게 첨이라 신이 잔뜩 났다 가능한 한 알려주겠다 이러더라구요 ㅋㅋ

덕분에 이번 여행은 개꿀 그자체였습니다
저기 스시집이 비싸 얼마 먹지 못했습니다

식사를 제대로 하려 그랬는데 아무리 그래도 배가 부르니

근처의 北上川를 산책했습니다

불을 밝혀놓은 곳 건너에는 카페? 바?가 늘어져 있었는데

분위기는 좋았지만 벌레가 정말 많아서 전 거기서 술을 먹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간 곳이 유명 모리오카냉면 전문점 盛桜閣입니다

수박이 냉면에 들어간 비주얼 ㅋㅋㅋㅋ

면이 중화면? 쫄면? 삘이라 그런지

맛은 양꼬치집에서 파는 중국 냉면에 가까웠습니다

(참고로 대학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와 이번 여행을 함께했습니다)

아무래도 냉면만 먹기는 심심해서 카루비를 시켰습니다


다음날은 일어나자마자 釜石線을 타고 하나마키 역으로 향했습니다


원래목적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문학가인 미야자와 겐지(宮沢賢治)의 기념관을 가기 위해

여기서 갈아타고 신하나마키역으로 가고 싶었지만

차시간에 여유가 있고 마침 미야자와의 단골 소바집이 있다기에 거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이 야부야(やぶ屋)라는 가게에서는

미야자와 겐지가 늘 주문했다던 덴뿌라 소바+미츠야 사이다를 '겐지 세트'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문학가가 밥을 먹었던 장소에서

그가 늘 주문했던 메뉴를 먹으니까 좀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소바는 이론 없이 맛있었습니다

저 덴푸라의 볼륨이 상당했는데도 불구하고 1100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파격적이었네요


식사를 하고 신칸센 정차역이기도 한 신 하나마키역으로 향했습니다

정말 깡촌이라 주변에 논밭 뿐이었습니다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으로 향하는 길에

이런 예쁜 이정표가 늘어져 있어 찍어 봤습니다

저 그림은 주변 학생들이 그린 거라 하더라구요


그렇게 향했더니 길가에 360여개의 계단이 절 맞이했습니다

계단 하나 당 미야자와 겐지가 말년에 쓴 대표작, <비에도 지지않고(雨ニモマケズ)>가 한 글자씩 써 있었습니다

같이 간 친구에게 (오타쿠 특유의 早口로) 이 시를 설명해 주면서 가가지고

나름 재밌게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니까 미야자와 겐지의 <주문이 많은 요리점>에 나오는 요리점을 모티프로 해서 식당이 서 있었습니다

소화가 안돼서 가진 않았지만 재밌어서 찍어 봤습니다


그리고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이 분을 정말 좋아해서 친구에게 설명도 해 주고

새로운 지식도 얻고

무엇보다 그의 유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현재 <은하철도의 밤> 특별전을 하고 있는데

그가 초고부터 거듭한 퇴고의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천생 이과인 친구도 (빈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분의 작품관을 흥미로워 해 줘서 기뻤습니다


참고로 기념관 앞은 이런 풍경입니다

그저 논밭 뿐이죠 ㅋㅋㅋ
그 다음 향한 곳은 미야자와 겐지 동화 마을(宮沢賢治童話村)라는 곳입니다

그의 작품 속 세계관을 구현해 놓은 테마파크 느낌의 장소입니다

입구가 <은하철도의 밤>에서 조반니가 처음 들린 은하 스테이션으로 되어 있어 찍어 봤습니다


동화마을의 실내도 실외도 그의 세계관을 매우 세련되게 구현해 놓았습니다

이곳과 기념관이 묶어서 입장료 550엔이라니
너무 흥분해서 마지막 오미야게야에서 책갈피를 2개나 사버렸습니다

왼쪽은 미야자와 겐지가 그린 부엉이고

오른쪽은 그의 작품 <주문이 많은 요리점>을 컨셉으로 한 책갈피입니다
주변 분들께 드릴 오미야게도 그냥 여기서 해결했습니다

비에도 지지않고 쿠키라고 하네요 ㅋㅋ


여기까지 보고 숙소가 있는 모리오카로 넘어와

친구에게 추천받은 또하나의 맛집, ぴょんぴょん舎로 갔습니다

전날 갔던 곳보다 한국의 맛에 매우 가까웠습니다

같이 간 한국 친구도 인정하더군요

여기선 豚カルビ라고 이름붙인 사실상의 삼겹살도 팔아서

오랜만에 한식을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봉야스미라 그런지 이곳은 웨이팅이 과장없이 1시간 정도 되었습니다

그동안 키타가미가와를 산책하면서 시간을 떼웠는데

역시 예쁘기는 더럽게 예쁘더라구요


그리고 다음날인 오늘 처음으로 간 곳은

구 이와테은행 본점, 일명 아카렌가칸(赤レンガ館)입니다

이 앞에서 좀 재밌는 일이 있었는데

이와테방송 인터뷰에 걸려서 '하나마키 히가시 고교의 고시엔 베스트4 진출을 알고 있느냐' 이러더라구요


그래서 '사방팔방에 종이가 붙어있어 알고는 있다'라고 대답을 하니

혹시 현외 분이냐 이래서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다 이러니까

한국에서도 하나마키 히가시 고등학교가 알려져 있냐 이러고 물어봐서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출신교라 알 사람은 안다 이러니

인터뷰어가 신나가지고 20분은 붙들려 있었습니다

역시 국뽕은 국적불문 좋아하나 봅니다
어쨌든 내부는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메이지 44년(1911년)에 지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약간 19세기 삘 나는 세련된 느낌이 남아 있어 좋았습니다

그게 또 변함 없이 잘 관리된 것도 놀라웠습니다
그 다음 간 곳은 이와테공원(모리오카성터)입니다

한적한 공원이었는데

관리가 매우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매우 커다란 일본 정원을 보는 것 같았달까요
그리고 미야자와 겐지가 병상에 누워 이곳에서의 추억을 노래한 <이와테 공원>이라는 시가 적힌 비가 있었습니다

정말 다작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생각하니 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리고 간 곳은 모리오카에서 제일 유명한 쟈쟈멘 가게 파이롱(白龍)입니다

짜장면과 뿌리는 같지만 전혀 다른 음식이었습니다

건강에 좋은 느낌의 깔끔한 맛이 좋았고

다 먹은 후 남은 양념에 계란과 면수를 넣어 만들어주는 '치이탄탄'이 매우 맘에 들었습니다

전날 술을 좀 먹었는데 아주 해장이 제대로였습니다



그리고 모리오카 역사문화관 이라는 곳을 방문했습니다

도호쿠 지방 역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에조치-모리오카번-보신전쟁-이와테현으로 이어지는 역사와

그 중심에 있었던 남부(南部)가에 대한 설명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전시가 다이쇼시대에 딱 끊기던데

쇼와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어서 그런건지는 뭐.. ㅋㅋㅋ
다음 간 곳은 모리오카 성 옆에 위치해

다이묘 가문인 남부 가의 조상신들을 섬기던 사쿠라야마(桜山)신사입니다

에도시대의 다이묘 신앙은 나중에 연구해보고 싶은 테마 중 하나이기에

설명을 꼼꼼히 읽었습니다

밑의 사진은 신사 뒤에 있는 큰 바위인데

모리오카성 축성 도중 신사(이 사쿠라야마 신사겠죠)를 지을 예정이던 곳에서 나온 바위라고 합니다

신사 예정지에서 나온 큰 바위라 영험한 힘이 있다 여겨져 그대로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합니다

역시 일본의 신앙은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간 곳은 사쿠라야마 신사 앞에 위치한

티 하우스 리베(ティーハウス リーベ)라는 곳입니다

모리오카 출신 친구가 지 여친이랑 데이트하러 맨날 가는 곳이라고

꼭 가보라 해서 들렸습니다

레트로한 가게 내부가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서

저도 여친하고 모리오카에 올 일이 있으면 같이 와 보고 싶었습니다



여기까지가 2박 3일의 모리오카 여행이었습니다

천천히 느슨하게 여행을 하는 타입이라 많은 곳을 방문하지는 못했습니다

말도 쓸데 없이 많아서 지루한 여행기라고 느끼실 수 있겠지만

저는 확실히 뉴욕타임스에서 매력적인 관광지 2위로 이와테를 선정한 이유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어차피 도쿄에서 신칸센 2.5시간 컷이니

여러분도 시간이 나시면 꼭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